ㆍ작성일	2013-05-11 (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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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 WCC 한국준비위 파행, 무엇이 문제인가? ”

확대상임위원회 명단 둘러싸고 교계 논란 가중
청년·장애인 대표는 오간데 없고 정·재계 인사 가득

오는 10월 열리는 WCC 제10차 부산총회는 코 앞까지 다가왔건만, 이를 준비하는 한국준비위원회(위원장 김삼환목사)의 파행은 그칠 줄 모르고 있다. 준비위 태동 때부터 지적되어 온 드러내기식 조직 구성을 물론이고, 일부 인사 몇몇에 의해 부산총회 준비 전체가 좌지우지 되는 권력집중 현상의 폐해는 그동안 수차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쳐지질 않고 있다. 더구나 준비에 있어 가장 실질적인 논의를 펼쳐야 할 실행위원회를 폐쇄한 것도 모자라, 모든 권한을 물려받은 상임위원회는 총회를 고작 6개월 앞둔 시점에 장소를 부산에서 서울로 옮기기 위한 7인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그야말로 무지의 극치를 보여주는 비상식적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WCC 부산총회 홍보를 빌미로 천문학적 예산을 책정해 전 세계를 도는 이른바 ‘빛의 순례’는 WCC 총회의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소모적인 행사라는 비난이 지대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회협을 중심으로 한 에큐메니칼 진영이 준비위의 파행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협력기구를 구성키로 했다. 솔직히 대놓고 대책위라고 할 수 없어 ‘협력’이라는 말을 썼을 뿐, 사실상의 대책기구이자, 견제기구다. 결국 에큐메니칼 진영이 WCC 총회를 앞두고 분열된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한기총을 필두로 한 보수진영의 반대가 날이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 이를 바라보는 교계의 시선은 위태하기만 한데, 에큐메니칼 근본정신마저 철저히 짓밟고 있는 준비위의 파행이나, 에큐메니칼이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결국은 분열하고 있는 이들을 볼 때면, 차라리 WCC 총회를 반납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에큐메니칼 정신 실종된 확대상임위원회
최근 준비위가 발표한 확대상임위원회의 명단을 살펴보면, 교계 단체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군사까지 다양한 방면의 인사들을 포함시켰다.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기업 회장, 예비역 대장까지 하나같이 이름만 대면, 모두가 다 아는 굵직한 인물들이다. 이들만 봐도 WCC 부산총회의 가치가 한껏 올라간 느낌마저 들 정도로 굉장한 인물들을 섭외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들어가야 할 인물들이 빠졌다는데 있다. 에큐메니칼을 주창하는 WCC는 기존교회와는 다르게 청년, 여성, 장애인 등을 차별하지 않고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확대상임위 명단에는 여성대표 단 3명만 포함됐을 뿐이다. 언뜻 봐도 100명이 넘는 확대상임위에서 여성이 단 3명밖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여성계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사실상의 구색 맞추기 일뿐 그 이상의 어떤 의미도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여성은 청년과 장애인에 비해 3명이라도 들어가 다행이다. 청년과 장애인은 이번에 아예 언급조차 안되어 있다.
사회 각계각층 인사를 포함시켜, WCC 부산총회를 드러내고 자랑하겠다는 속이 뻔히 보이는 인사구성은 눈감아 준다 쳐도, 그렇다고 WCC의 기본정신마저 망각해가며, 청년과 장애인을 소외시키고 여성은 형식적으로 참여시킨다는 것은 준비위가 과연 WCC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 봐야 할 듯 하다.

한교연·미래목회포럼, “우리 이름 빼”
이번 확대상임위 명단에는 한국교회 연합기관과 해당 기관장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중 한교연과 미래목회포럼이 아무런 동의 없이 자신들의 이름을 명시했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한교연은 명단이 발표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WCC 총회 참여나,지지, 또는 반대 등 어떠한 의사도 공식적으로 표명하거나 결의한 바가 없다”며 “박위근목사와 김요셉목사의 이름이 게재된 것은 한교연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박위근목사가 지난 25일 기도회에 참석한 것은 한교연 대표회장 자격이 아닌, 예장통합의 직전총회장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다”며 “이에 심한 유감을 표하며, 당장 기관명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김요셉목사에게는 사전에 아무런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이름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목회포럼의 대표 오정호목사도 “이번에 미래목회포럼의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얘기도 없었다”며 “더구나 기관 대표가 정성진목사와 최이우목사로 되어 있고, 정작 대표인 나에게는 일언반구도 없었다”고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준비위의 인사구성에 있어 꼼수(?)를 발휘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준비위원회가 처음 꾸려진 지난 2011년도 9월에 발표한 공동위원장 명단에서는 당시 ‘한국기독교WCC반대대책위원회’의 임원 명단과 상당수 겹치는 기가 막히는 인사 구성을 단행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도 사전에 그들에 별다른 동의 없이 공동위원장에 이름을 올려 상당한 후폭풍을 맛봐야 했다.
<차진태기자>

출처 : http://www.ecumenicalpress.co.kr/article.html?no=64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