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수치를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1998년 스페인 인구 가운데 외국인은 3.2%밖에 되지 않았으나 2007년에는 13.4%에 이르렀다. 유럽의 무슬림 인구는 지난 3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2015년까지 다시 두 배가 증가할 것이다. 벨기에의 수도이자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브뤼셀(Brussels)에서 태어난 남자 아기들의 이름 가운데 최근 가장 많은 이름 일곱 개는 모하메드(Mohamed), 아담(Adam), 라얀(Rayan), 아요브(Ayoub), 메흐디(Mehdi), 아민(Amine), 함자(Hamza)였다.
유럽의 낮은 백인들의 출생률과 급속도로 증가하는 이민자 행렬은 유럽적이라고 여기는 문화와 사회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이다. 이처럼 인구 구성이 변화하면서 교육, 주거, 복지, 노동, 예술 등 유럽 사회의 전 분야에 걸쳐 매우 밀접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외교 정책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관한 연구보고서가 미국 공군에 제출된 바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관리들은 이러한 사안들이 그 중요성에 합당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유럽연합 위원회(the European Commission)에서 고용과 사회 문제를 연구하는 부서의 책임자 제롬 비그논(Jerome Vignon)은, 유럽연합을 운영하는 이들이 유럽연합 지역내의 이주민들을 유럽 사회에 통합하려는 것보다 망명자 문제와 이민자의 수를 통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고 말했다. 이민자의 유입을 통제하는 것만큼 이민자들을 사회에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나오지만 이것이 정책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고 비그논은 덧붙였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오랫동안 이민자들을 환영해왔으나 최근 두 가지 눈에 띠는 경향이 등장했다. 비(非)선진국에서 오는 이민자들이 늘어난 것과 그 규모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슬림 인구의 증가가 특히 관심사이다. 유럽연합으로 유입되는 대규모 이민자들은 무슬림뿐 아니라 세계 각국 출신의 다양한 이민자들이다. 그러나 무슬림 이민자들은 극단주의 무슬림들이 이슬람이라는 이름으로 서구 국가에서 테러를 저지른 문제들을 안고 있다.
미국의 퓨 연구소(Pew Research Center)는 연구 보고서에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언어적으로 깊은 전통을 지니고 있는 유럽연합 국가들에 외모와 언어 그리고 행동 양식이 다른 수십만 또는 수백만 명이 유입되면 사회적으로 혼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의 인구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유럽의 특정 도시의 특정 지역에서 무슬림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속도가 빨라 지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수치의 민감성 때문에 자세한 세부사항은 알기 어렵다. 많은 유럽연합 국가들은 종교 별 인구 상황은 조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적 이주에 관한 유럽연합의 통계만으로도 실상을 파악할 수는 있다. 20세기 말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에 이주해 들어오는 인구가 이주해 나가는 인구보다 연간 50만 명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부터 유럽연합 국가들로 유입되는 이주민의 수는 세 배가 증가하여 매년 대략 160만 명에서 200만 명 사이에 이른다고 한다.
이주민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과거의 예측은 쓸모가 없어졌다. 2004년 유럽연합은 2050년까지 유럽연합 국가들의 인구가 1,6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현재는 2060년까지 1,000만 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국은 2060년이 되면 인구 7,700만 명으로 유럽연합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영국의 인구는 독일보다 2,000만 명 적다. 한때 이탈리아의 인구는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이제는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06년 미국 공군의 의뢰에 의해 리온 퍼코스키(Leon Perkowski)가 작성한 보고서는 유럽연합 내의 무슬림 인구가 최소한 1,500만 명이며 최대 2,300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슬림들의 인구 분포는 고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는 이슬람을 믿는 거주자가 2050년에는 유럽연합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이미 유럽의 여러 도시들에서는 무슬림 인구의 비율이 그 정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언론인 크리스토퍼 캘드웰(Christopher Caldwell)은, 영국의 버밍엄(Birmingham)의 경우 2026년이 되면 백인이 소수인종이 될 것이며 레스터(Leicester)에서는 그러한 현상이 더 빨리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다른 전망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에 프랑스와 서부 유럽 국가들의 무슬림 인구가 비(非)무슬림 인구의 수를 넘어설 것이라 한다. 오스트리아는 20세기만 해도 인구의 90퍼센트가 천주교인이었지만 2050년이 되면 15세 이하 오스트리아 국민들의 최대 종교가 이슬람이 될 것이라고 캘드웰은 말했다.
인구 성장에 대한 예측에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출생률은 예측하기가 어렵고 이주민들의 숫자도 늘거나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헝가리 경제학자 카롤리 로란트(Karoly Lorant)는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프랑스의 마르세이유(Marseilles)와 네덜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의 무슬림 인구의 비율은 이미 25%에 이르렀고, 스웨덴의 말뫼(Malmo)는 20%, 벨기에의 브뤼셀과 영국의 버밍엄은 15%, 영국, 프랑스, 덴마크의 수도 런던, 파리, 코펜하겐(Copenhagen)은 10%에 이르렀다고 추산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려되었던 유럽 무슬림들의 급진화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로 정착한 무슬림 이주민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에 통합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슬림 2세대와 3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통합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영국의 연구단체 폴리시 익스체인지(Policy Exchange)에 따르면 55세 이상 무슬림들의 70%는 비(非)무슬림과 공통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지만 16-24세 사이의 무슬림들에서 이 수치는 62%로 떨어졌다.
무슬림 이주민의 증가로 인한 인구변화는 실제로 사회에서 불안을 일으키고 있다. 유럽인들은 여론조사에서 이미 이민자의 수가 충분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나 정치인들은 대체로 이 문제에 대한 논쟁을 피하는 편이다.
프랑스는 학교에서 무슬림 두건 히잡(hijab) 착용을 금지했고 십자가와 야물커(yarmulke: 유대교에서 정통파 남자가 기도할 때 쓰는 작고 테 없는 모자, 역주)의 착용도 금지하여 무슬림에만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는 반발을 누그러뜨렸다. 영국은 종교적 증오에 대한 법률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법은 영국의 일반 법체계에서 예외적인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우 정당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극우 정당인 영국 국민당(British National Party)은 최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 두 석을 확보했다. 네덜란드 정치인으로 이슬람을 적대시하는 발언을 하여 2009년 영국 정부로부터 영국 입국이 거부된 기어트 빌더스(Geert Wilders)는 네덜란드에서 여론을 이끌고 있다.
미국의 퓨 연구소는 지난 2005년 주류 사회의 침묵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는데, 이 상황은 극우 정당들이 이민 문제에 대한 논쟁에 과격하고 수준 이하의 돌출 발언을 하며, 학자들은 유럽의 지식인들이 인종 문제와 무슬림들의 정체성에 대한 폭넓은 문제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다른 단체들은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단체로 보이는 것이 두려워 이 문제를 등한시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 위원회의 제롬 비그논은 더 크고 활발한 이주민들의 사회 통합에 대한 논의가 무슬림 이주민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 통합 없이는 양극화(polarisation)와 게토(ghetto)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적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비그논은 설명했다. 이러한 사회에서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적대시하게 되며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위협을 느낄 것이라고 비그논은 덧붙였다.
유럽연합은 유럽의 국가들에서 시민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취업률이 시민권을 가진 자들보다 낮으며, 이는 경제 발전과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고 말한다. 낮은 취업률의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부족한 언어능력이다. 미국의 이주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영국과 웨일즈(Wales)에서 태어난 어린이의 28%는 최소한 부모 한 명이 외국인이었으며, 런던으로 가면 이 비율은 54%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2008년 영국 전체 초등학교 어린이의 14.4%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다양한 분파로 나뉘는 무슬림들은 아직까지 인종이나 종교를 바탕으로 한 정치적 단체를 조직하려는 의도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목소리가 무시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독일은 10년 전 선거법을 개정하여 다수의 터키 이주민들에게 일정 정도의 참정권을 부여했다. 이는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에 대한 독일의 찬성 입장 고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공군을 위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리온 퍼코스키는 자신의 보고서에서 미국과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한 유럽의 국가들에서 선거권을 부여 받고 점차 정치적인 힘을 얻고 있는 무슬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게 되면 미국의 대(對) 중동 정책은 지금보다 더 강력한 도전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의 정치인들은 자국의 인구 구성 변화를 속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몇몇 사람들이 이에 대한 논쟁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엥겔 구리아(Angel Gurría) OECD 총재는 지난 2009년 6월, 이민은 필요에 따라 켜거나 끌 수 있는 스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하고 효과적인 이민과 통합 정책 그리고 경제적 호황기와 불황기에 맞는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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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늘어나는 무슬림 인구와 그 영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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